시간이 참 빠릅니다.
주먹만했던 몽실이가 이제 다 커서 대장 노릇을 합니다.
쳐다보면 눈을 살포시 내려줘야 합니다. ㅜㅜ
언제 이렇게 컸을까요?
몽실이를 처음 데려왔던 날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름 철저히 준비를 했었죠.
가방 챙기고 혹시 모르니 간식도 준비했구요.
친구 보고 운전을 부탁하고 집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가서 데려왔습니다.
사실 전 고양이를 무서워 했었습니다.
실제 고양이를 만져보는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구요.
몽실이를 데려가려고 이동장에 담는데 손이 덜덜덜 떨리더군요.
분양하는 사람이 '너무 조심히 다루시는 거 아니에요?' ㅡㅡ;
대범한 척하고 얼른 넣어 나왔습니다.
차에 타고 나니 친구가 네비 찍게 주소 부르라고 하더군요.
너무 긴장해서 겨우 나오는 목소리로 불렀는데 네비가 꼬물이라 신주소가 인식을 안합니다.
구주소가 뭐였지?
"나 구주소 몰라"
너무 긴장한 탓에 이런 어색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친구가 기가 막히듯 쳐다보고 어찌어찌 하여 출발했는데요.
너무 긴장해서 얼굴을 붉어지고 운전하는 친구에게는 "너 그렇게 브레이크 밟으면 몽실이가 토할 수 있어."
하고 눈치를 줬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몽실이가 울기 시작.
당황해서 얼른 츄르 하나 짜줬는데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 10분 조용해졌습니다.
근데 먹고 나더니 이동장 밖으로 튀어 나왔습니다.
츄르를 넣어주려고 살짝 열었는데요.
그 사이로 고개를 내밀더니 몸이 다 빠져나와버린 것이었습니다.
온몸으로 몽실이를 막아내고 친구는 뒷자리에서 뭔 사고 난줄 알고 당황해 하더라구요.
아무리 가도 집은 안나오고 난처했습니다.
쫌 빨리 가자 말은 못하고.
"고양이는 차를 오래 타면 멀미한다."
"그렇게 빵빵 거리면 몽실이가 놀랜다.' ㅎㅎㅎ
이렇게 슬슬 눈치를 줬습니다. ㅜㅜ
친구는 더 빨리는 못간다고 난리이구요.
뒷 자리에서 워낙 긴장해 있으니까 친구도 덩달아 긴장했는지 얼굴이 달아 올랐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이동장 안이 조용합니다.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왜 갑자기 조용하지? 충격 먹었나? 기절했나?
용기를 내서 안을 보니 몽실이가 자고 있었습니다. ㅡㅡ
순간 긴장이 풀리더군요.
결국 집 앞에 도착.
친구 보내고 집에 들어와서 얼른 가방을 열어줬습니다.
근데 몽실이가 안 나오더군요.
멀미로 인해 충격을 받았거나 아니면 원래 자는 시간이었거나 그랬을 것 같습니다.
한시간 정도 자고 일어 나더니 몽실이가 드디어 가방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침대 구석에 들어가 울더라구요.
(비슷한 시기에 찍은 사진입니다.)
한 며칠은 제가 안보이면 울어서 종일 붙어 있었는데요.
그래도 대견하게 알아서 침대 밑으로 가서 사료랑 물 먹고 올라오더라구요.
처음에는 그게 제일 신기 했습니다.
거의 30분 간격으로 절 건너 뛰어서 사료 먹으러 가는데 '아~ 넌 굶어 죽진 않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몽실이가 이제는 정말 다 컸습니다.
이제 성장도 끝난 것 같아요.
체중계가 고장나서 최근 한달 몸무게를 못 달아봤는데요.
6kg~6.5kg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눈 마주치면 달려드는 몽실이를 보니 문득 처음 데려온 날이 생각나 포스팅 해봤습니다.
때로는 그 연약했던 몽실이가 그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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